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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클로즈업 북한] 음악 정치 서구화…김정은 단독 우상화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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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새 선전가요를 공개했는데요.

이번 노래가 '선대 지우기'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활용되는 음악과 공연들이 갈수록 서구화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북한 음악 정치의 목적은 철저한 주민 사상 통제에 있는데 정작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형식은 갈수록 외부문화를 차용하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북한 애국가의 가사에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과연 이러한 음악 정치가 김정은 위원장 독자 우상화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폭죽.

형형색색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아찔한 비행 공연도 이어집니다.

지난달 16일,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주택 단지 준공식 현장인데요.

이례적으로 축하 공연까지 개최됐습니다.

[조선중앙TV/4월 17일 :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을 기념하는 공연이 있었습니다."]

주택 건설 성과를 부각해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김정은 시대에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평양의 주택 건설입니다. 화려한 준공식을 개최했고 기념 축하 공연까지 열었습니다. 그건 분명히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는 건데 (준공식 기념공연이) 김정은 시대에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히 무언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죠."]

특히 이번 공연은 건물 발코니를 무대로 활용해 대형 LED화면과 오케스트라, 무용단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연출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공연에 선곡된 노래 또한 과감한 편곡을 시도했습니다.

12년 전, 모란봉악단이 부른 북한 선전가요입니다.

[북한 가요 '영광을 드리자 위대한 우리 당에' : "영광, 영광을 드리자 위대한 우리 당에~ 감사, 감사를 드리자 향도의 우리 당에~"]

이번 공연에선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북한 가요 '영광을 드리자 위대한 우리 당에' : "영광 드리자 위대한 우리 당에! 감사드리자 향도의 우리 당에!"]

마치 랩을 노래하듯 후렴구를 부르며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새롭게 선보인 김정은 위원장 찬양곡이었는데요.

[북한 가요 '친근한 어버이' :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인민은 한마음 믿고 따르네 친근한 어버이"]

김 위원장을 '어버이'로 찬양하는 내용인데, 눈여겨 볼 점은 이 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찬양가와 아주 비슷하다는 겁니다.

[북한 가요 '친근한 이름' : "노래하자 김정일 우리의 지도자 자랑하자 김정일 친근한 이름"]

이 노래는 3년 전 김정일 생일기념 음악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이나 앵콜을 요청한 곡이기도 한데요.

지도자를 영도자로, 친근한 이름을 친근한 어버이로 바꾼 점이 특징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애민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독자적인 우상화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김정일에 대한 이미지를 이제 완전히 김정은으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는 거고요. 또 이 축하 공연이 열렸던 시기가 중요한데 바로 김일성이 태어난 4월 15일 다음 날인 4월 16일에 이 공연이 열립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어버이' '수령'이라는 절대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던 명백한 의도가 있습니다."]

신곡과 함께 공개한 뮤직비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어린이나 청년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주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배경으로 딸 주애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상과 통치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북한의 음악 정치는 김씨 일가가 오랜 기간 활용해온 정치적 지배 수단인데요.

김정은 위원장 역시 자신만의 음악 정치를 구축해왔습니다.

집권 초기엔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을 창단해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 쇄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갑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문화를 엄격히 통제하고 배척하는 북한이, 음악과 공연 분야에서는 갈수록 서구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신곡도 빠른 템포에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인데요.

영국 BBC는 리듬과 후렴구가 서방의 유명 팝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를 한류 등 외부문화를 접한 북한 젊은 세대들에게서 찾습니다.

외부 문화의 영향을 받아 눈높이가 높아진 청년들에 맞춰 북한 당국이 선전 선동 기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리듬이라고 하는 게 시대성을 상징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을 때 그 충격 내지는 김건모의 노래가 나왔을 때 준 충격이 어마어마했었거든요. 그 자체 음과 비트라고 하는 것은 각인이 되고요. 사람의 감각 중에서 청각이 굉장히 오래 갑니다."]

실제 2023년 신년 경축 대공연에서는 북한이 한국 가요의 멜로디를 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신인가수 정홍란이 부른 '우리를 부러워하라'라는 노랜데요.

[북한 가요 '우리를 부러워하라' : "세상이여 부러워하라 우리를 부러워하라"]

1절과 2절 사이에 나오는 간주가 논란이 됐습니다.

가수들의 군무와 함께 10초 정도 흘러나온 멜로디가 걸그룹 '여자친구'의 노래, '핑거팁'의 한 부분과 같은 전개를 보인 겁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과거에는 '모기장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외부의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한국식 음악을 일부 차용하면서 그걸 마치 주체 음악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음악 정치가 북한 내부에 확산하고 있는 한류의 영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뀌게 되는 결과를 볼 수 있는 거죠."]

또 과거 북한의 음악 정치가 일방적이고 주입식이었다면 최근엔 주민 호응을 유도하는데 주력하는데요.

이번 공연에서도 청년들이 박수 치거나 춤을 추는 장면, 손을 흔드는 모습들을 노출 시켜 역동적이면서도 자발적으로 호응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이 또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자연스럽게 부각하는 정치 전략으로 판단됩니다.

나아가 북한 애국가 중 삼천리라는 표현도 사라졌는데요.

[북한 애국가 :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

남북한을 합쳐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삼천리'대신 '이 세상'이라는 가사가 사용됐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독자노선 의지가, 선대의 민족정신을 넘어섰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변화된 북한식 음악 정치가 김 위원장 단독 우상화에 얼마나 큰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외부문화를 배척하면서도 결국 한국식, 서구식을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주민 사상 통제가 어렵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음악 사상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결국 음악 정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저는 그것이 북한 정권의 하나의 딜레마라고 보는데 기존의 음악을 통해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변화되고 있는 인민들의 수준 높은 요구를 맞춰야 된다는 것. 수준 높은 요구가 결국은 한국의 한류라는 거죠."]

북한 당국이 현대적 형식의 음악과 공연을 선보인다 해도 외부문화를 향한 욕구를 막을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문화적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게 북한 노래를 한국식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북한 노래에 가사를 바꿔서 부르거나 아니면 북한 노래 중에서 비교적 비트가 빠른 것들에 춤사위를 바꾸는 식의 문화를 변형시키거나 아니면 대체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이 될 건데 뭘 한다고 해도 북한 문화보단 (외부 문화가) 재밌으니까 수요는 계속 발생하겠죠."]

화려하고 세련된 찬양곡까지 선보이며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충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음악 정치 서구화…김정은 단독 우상화 돌입 | K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