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 연구단장의 사무실 벽면에는 축척이 1:150만에 달하는 대형 아시아 지도가 걸려 있었다. “여기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이동한 거죠.” 김 단장은 지도 한쪽 구석에서 반대편 끝까지 손가락으로 주욱 선을 그으며 말했다. 지도가 워낙 커서 그가 손으로 이은 두 선을 눈으로 훑는 데만 몇 초가 걸릴 정도였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1만㎞의 여정. 유라시아 대륙의 약 4분의 3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경로를 지도에서 확인하니 실로 엄청난 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