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이 될 커다란 외상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진실 규명이 답보상태에 있을 뿐 아니라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사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세월호의 침몰’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진행된 부인과 망각의 정치는 한국 사회에서 유럽의 홀로코스트 부인과 같은 부인(denial) 문화가 폭넓게 형성돼 있음을 깨닫게 한다. 코헨(S. Cohen)은 『States of Denial』(2013)에서 부인 개념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가 인권침해에 눈감는 현상을 설명했다. 『States of Denial』에는 ‘부인하는 국가’라는 뜻과 ‘부인하는 상태’라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즉 인권침해의 가해자이면서도 그런 행위를 부인하는 국가(와 가해자들)와 인권침해와 인간의 사회적 고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부인하는 일반 대중의 경향이라는 이중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인의 문화에 속한 모든 개인은 곧 잠재적인 방관자가 될 수 있기에, 가치중립적인 관찰자의 위치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